우리는 우주를 눈으로 관찰하기도 하지만 전파를 통해서 관측하기도 합니다. 영화 콘택트를 보면 접시모양의 망원경들이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우주의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 글에서는 천체에서 나오는 전파를 탐구하는 전파 천문학과 그간의 경과 그리고 전파를 이용하는 망원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파 천문학이란
천문학의 요체는 지구 대기 바깥의 다양한 현상과 천체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천문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천체 관측 분야라고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천체의 움직임과 날씨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이용한 관측은 한계가 있는데 그 이유는 우주에는 전자파가 많기 때문에 과 전파를 이용한 관측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주에서 지구까지의 파장은 대기의 투명도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시광선은 지구 대기에 의한 약간의 왜곡을 제외하고는 관측이 가능하지만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은 상층권 대기에 의해 차단되고 적외선은 대기 기체에 흡수되기 때문에 대기를 벗어나 우주에 나가야만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장이 너무 긴 전파도 대기에 의해 차단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파천문학은 전파 망원경이 전파의 근원을 추적하여 수신할 수 있는 특수 파장대를 통해 천체에 관한 데이터를 획득하고 분석하는 학문의 한 분야입니다. 초기의 전파천문학은 태양의 전파를 관측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전파는 빛과 달리 날씨에 큰 영향을 바지 않기 때문에 1시간 단위로 고정적인 관측이 가능하여 태양 플레어에 관한 연속적이고 직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전파천문학을 통해 여러 가지 이론과 발견을 할 수 었었는데 빅뱅이론의 바탕이 되는 마이크로파 라던지 우리 은하에서 성간 물질의 운동과 은하의 나선 구조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도 전파 천문학이었습니다.
그간의 경과
벨 연구소의 칼진스키는 지구의 공전 현상을 관찰하던 중에 1931년 처음으로 천체의 전파를 관측했습니다. 원래 그는 대서양을 횡단하는 전화기의 음성 전송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는데 지속적으로 음성에 이상한 통신 신호 잡음이 있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를 반복확인 하던 그는 이 미확인 신호가 매번 23시 56분마다 반복된다는 규칙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곧바로 동료 연구진인 스켈렛에게 이야기를 전달 했고, 스켈렛은 이 신호가 지구 자전 시 안테나 방향으로 들어오는 천체의 신호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들은 이 신호가 궁수자리에 있는 은하수에서 나오는 신호라고 생각하였고 이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벨 연구소는 전화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인 만큼 이들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전파천문학의 문을 연 칼진스키는 이 일을 끝으로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보이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 후 그로테 레버라는 과학자는 1937년 자신의 마당에 지름 9미터의 포물선 전파망원경을 만들어 은하수 관측을 시도했고 전파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최초의 전파망원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1492년 제임스 헤이와 조지 사우스워스가 태양의 플레어 전파를 확인했고, 휴이시와 버넬은 1965년에는 중성자별에서 정확한 주기로 들어오는 펄스를 발견하는 등 다양한 발견과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전파 망원경 이야기
영화에서 보신 바 있듯이 전파망원경은 우주로부터 가능한 많은 전파를 모으기 위해 커다란 원반형으로 제작되는데 안테나를 지지하는 베이스,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 다양한 전파를 관측할 수 있는 수신기, 이를 저장하는 시스템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파 망원경은 망원경의 직경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직경이 작은 경우 수신 파장이 작기때문에 최대한 크게 만드는 것이 유리합니다. 현존하는 단일 전파망원경 중 가장 큰 규모는 중국의 FAST 전파망원경이라고 하는데 직경이 약 500미터라고 합니다. 이렇게 큰 경우는 단일 망원경이라고 해도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나 전파망원경은 방사능 오염을 피할 목적이나 전파의 특성상 산악이나 계곡 지형에 제작되는데 이러한 곳에서는 설치되는 크기가 제한적이고 대규모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환경도 훼손되는 문제도 있어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여 동시에 관측하는 간섭계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간섭계를 사용한다면 각 망원경 사이의 거리에 따라 해상도가 결정되므로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해상도란 먼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이러한 해상도는 관측 파장이 길어질수록 더욱 악화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서울, 울산, 제주도에 직경 21미터의 전파망원경이 3개 설치되어 있는데, 아마도 올해는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캠퍼스에 새로운 전파망원경이 완공되어 총 4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새로운 전파망원경을 통해 블랙홀을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